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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21 15:52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8,124   추천 : 0  

 

原创 연변교육출판사

 

명지가 열여섯살 때였다. 명지네 가족은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바다로 갔다. 바다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바다 상공을 비행하는 갈매기들의 모습이 은빛으로 출렁거렸고 바다 끝 수평선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푸른빛으로 넘실거렸다. 

아름다운 나흘을 보내고 마음은 그대로 남겨둔 채 명지네는 바다를 떠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폭우가 쏟아지는 고속도도로를 달리다가 명지네 가족은 큰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 사고로 명지는 다리를 많이 다쳤다. 그 날 이후로 명지는 두개의 보조다리 없이는 몇걸음도 걸을 수 없게 되였다. 불행은 명지 하나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명지보다는 덜했지만 명지 아빠도 보조다리 없이는 걸을 수가 없었다. 그 후로도 명지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명지 아빠는 하시던 약국을 계속 경영했다. 

명지는 사춘기를 보내며 죽고 싶을 만큼 렬등감에 시달렸다. 명지가 밥도 먹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을 때 위안이 되여준 사람은 명지 아빠뿐이였다. 명지의 엄마도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었지만 정상인인 엄마가 해주는 위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정신까지 절룩거리는 명지에게는 엄마의 사랑으로도 끌어안을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아빠는 말할 수 없는 명지의 아픔까지도 낱낱이 알고 있었다.

길을 다닐 때 명지는 사람들의 동정 어린 눈빛이 싫어서 땅만 내려다보며 다녔다. 어느 겨울엔가는 얼어붙은 땅 우를 걷다가 미끄러져서 얼굴이 온통 까진 채 아빠의 약국으로 간 적도 있었다. 명지는 아빠의 품에 안겨서 울었다. 

“아빠,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불쌍한 눈으로 보는 게 너무 싫어.”

“명지야, 아빠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단순한 련민이 아니라 사랑 같은 거야. 그걸 알고 나서 아빠는 오히려 그들의 눈빛이 고맙기까지 한걸.”

명지 아빠는 조심스럽게 명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약을 발라주었다. 명지 아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아빠는 우리 명지 마음을 리해할 수 있어. 명지야, 아빠 말 잘 들어봐. 물론 아빠나 명지가 어쩌면 그들보다 더 불행할지도 몰라. 그렇지만 우리의 불행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위안을 받을지도 모르잖아. 그렇다면 우리야말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 거구…. 명지야, 조금만 더 견뎌. 아빠가 네 곁에 있잖아.”

그 후로도 명지 아빠는 명지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명지를 지켜주었다. 아빠의 사랑으로 명지는 사춘기를 넘기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였다. 대학 입학식 날, 아빠는 명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명지도 아빠가 자랑스러웠다. 입학식장에서 아빠는 두개의 보조다리에 몸을 기댄 채 가슴 가득 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입학식을 끝내고 나올 때 그들의 눈앞에서 아주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차가 다니는 도로 쪽으로 어린 꼬마가 뛰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가던 명지의 아빠는 그 아이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명지의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명지 아빠는 보조다리 없이 아이를 향해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명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아빠가 아이를 안고 인도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빠?” 

명지는 너무 몰라 소리쳤지만 아빠는 못 들은 척 보조다리를 량팔에 끼고 서둘러 가버렸다.

“엄마도 봤지? 아빠 걷는 거…”

명지 엄마의 얼굴은 담담해보였다.

“명지야, 놀라지 말고 엄마 말 들어.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 아빠는 사실 보조다리가 필요 없는 정상인이야. 사고 났을 때 아빠는 팔만 다치셨어. 그런데 사년 동안 보조다리를 짚고 다니신 거야. 너 혼자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고…. 성한 몸으로는 아픈 너를 위로할 수 없다고 말야.”

“왜 그랬어? 왜 아빠까지…”

명지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울지 마.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아빠는 견디지 못하셨을 거야. 불편한 몸으로 살아오셨지만 너를 위로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아빠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셨는데…. 오늘은 그 어린 것이 교통사고로 너처럼 될가 봐…”

멀리 보이는 명지 아빠는 여전히 보조다리에 몸을 의지한 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빠를 보고 있는 명지의 분홍색 파카 우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명지가 방황할 때마다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결코 하나의 의미로만 존재하지 않는 거야. 슬픔도 그리고 기쁨까지도…. 힘겨워도 견디고 또 견디다 보면 언젠가 슬픔도 아름다운 노래가 되거든…”

마음이 아픈 날이면 명지는 늘 아빠 품에 안겨서 울었다. 소리 내여 운 것은 명지였지만 눈물은 아빠 가슴속으로 더 많이 흘러내렸다.